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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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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drina 2014. 2. 2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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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2일 두번째 모임을 갖다. 이번엔 카페나 회의실이 아닌 한 멤버의 집에 모여서 이야기를 했다. 


4명이 참가한 모임이었지만 책을 완독하고 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음엔 조금 더 일찍 책을 선정해 완독률을 높여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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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은 이 책에서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요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우선 자본주의가 자유로운 경쟁, 교환 등을 통해서만 발전한다는 신념을 비판한다. 자본주의는 자신의 발전을 이끌었던 선진국의 사례처럼 한번도 자유로웠던 적이 없으며, 국가의 적절한 개입을 통해서 발전해 왔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유명한 표현처럼 선진국은 '사다리 걷어 차기'를 통해 국제 경제에서 자신들의 우월적 지위를 유지해왔다. 곧 시장 자유의 논리는 후진국의 무역 장벽이나 경제 장벽을 낮추려는 전형적인 강자의 논리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차이는 그들의 자연환경과 국민성 등에 달린 것이 아니라, 정부의 역할이다. 사실 그가 하고 싶은 말은 경제 엘리트들의 역할인 것 같다. 개도국의 엘리트들(그리고 선진국의 엘리트들)이 자국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성취욕도 없고 게을러서 경제 성장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고 한탄하지만, 정작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것은 개발도상국 엘리트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선진국이 설파하는 대외개방과 자유시장의 논리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경제 개발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과 유치사업 보호를 등한시 하면서 자신의 알량한 이익을 챙겨간다는 것이다. 그들이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려고 단기적 실적과 국제 무역에서 비교우위를 갖는 상품만을 생산하기 위해 국내 경제를 조직한다면 장기적인 성장 기반만 계속 깎아먹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자연히 장하준은 정부 개입을 통해 유치사업을 보호하는 것이 경제 성장의 밑거름이라고 주장한다. 관료 엘리트가 경제에 개입해서 실패할 확률은 전문 경영인이나 자본가의 근시안적 판단보다는 낫다는 점을 한국을 포함한 개발도상국의 몇개 사례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 반대로 관료의 독선/정치인의 욕심으로 인한 실패, 주식 가치의 단기적 상승을 노리며 회사의 건강한 성장을 해치는 전문 경영인의 실패를 균형있게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경제 엘리트에 대한 두번째 관점이 나오는데, 경제 엘리트의 역할은 그들의 능력에 있다기보다는 제도에 있다는 것이다. 시장 경제에 정부가 개입하는 방식이 안정적이라면(혹은 안정적이려면) 경영엘리트와 국가엘리트의 결합이 건전해야한다.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처럼 국가는 경제발전의 절대악이 아니라, 서로 협력하고 경쟁해야 할 파트너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개별 국가의 경제 특수성에 따른 엘리트들 간의 긴밀한 협력의 문화가 제도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토론을 하면서 계속 드는 생각은, 그는 신자유주의자들에 비해 정치의 주도권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국가 엘리트가 대중의 동의를 획득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별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주 자본주의는 외부의 위기에 취약하고 전문 경영인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으니, 상대적으로 장기적인 비전과 국가 일반의 이익을 추구하는 관료-정치인의 주도권을 높이자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관료-정치인들의 장기적 비전과 애국심은 어떻게 보증할 수 있는 지 말을 해야할 것인데, 그 부분은 당연히 이 책의 관심사가 아니다. 그저 국가 엘리트의 비전은 주어진 것이고 다만 그들의 실패 확률이 주주 자본주의의 전문 경영인 보다 높지 않다는 것만 계속 강조한다.


시장과 정부 양자를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방법은 여기에 나오지 않는다. 장하준은 '더 나은 자본주의'를 위해서는 정치 권력이 시장 권력 바깥에서 견제하면서, 외부의 더 큰 시장권력으로부터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기업 안에서의 민주적 통제의 방법들, 노동조합을 위시한 이해 당사자들의 논의 테이블과 산업별 회의는 다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정치 권력의 선함을 믿을 것이 아니라, 어떻게 정부를 민주적으로 통제하여 신자유주의자들의 우려처럼 관료적 통제로 흐르지 않게 할 것인지를 다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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