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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 경험 1

타인의삶

by windrina 2016. 3. 24.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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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관련 일을 시작한지도 2달이 되어 간다. 20대 국회의원선거일인 4월 13일까지 20여일 남았다.


선거 관련 일이란 후보의 당선 하나를 위해 모든 것을 집중시키는 일이다. 따라서 정치적 견해를 함께하는 사람을 돕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현재 내가 있는 위치는 조금 독특하다.

바로 선거컨설팅 업체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 사실 우리나라에서 이 분야는 홍보 기획사나 이벤트 기획사와 잘 구분이 가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선거공영제가 있어서 일정 비율의 득표율을 획득한 후보자들은 선거운동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돌려받는다. 즉 개인이 무한정 선거비용을 집행할 수 없고 돌려받을 수 있는 집행내역과 상한선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물론 후원회나 선거운동본부 차원에서 사용하는 자금도 있지만 선거운동 자체가 공직선거법과 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강한 제재를 받기 때문에 돈이 무한정 많다고 유리한 것도 아니다.


어쨌든 선거컨설팅 회사는 홍보/이벤트 회사와 비슷하지만 실제 작동하는 것은  많이 다르다. 오히려 홍보/이벤트 회사의 영역을 포괄해 더 해야할 일이 많다. 그것은 차차 이야기하기로 하고 오늘은 왜 선거컨설팅 회사가 필요한지 생각해본다.


기본적으로 컨설팅은 조언하는 것이다. 당연히 선거 컨설팅은 선거에 관해 조언을 한다고 보면 된다. 조언이 필요한 후보 및 캠프는 정치 내지 선거 초보자라고 생각하겠지만 꼭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왜냐하면 제3의 눈으로 선거를 바라보고 전략적 조언을 해주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위 잘나가는 선거 컨설팅 회사는 정당 싱크탱크나 언론사 정치부에서 할 법한 정세분석과 전망을 정기적으로 내놓기도 한다.


우리나라에 대표적인 선거컨설팅 업체들은 다음 기사를 참고하면 되겠다. 


위 기사에서 보면 알겠지만 잘나가는 컨설팅 회사라고 해도 우리나라에 선거가 자주 이뤄지지 않아 한철 장사라고 보는게 맞다. 그리고 자금과 조직 동원력이 큰 선거가 아니면 컨설팅 회사에 지불할 능력이 되는 후보도 많지 않아서 선거 컨설팅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곳은 많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선거 컨설팅이 필요한 후보/캠프는 일차적으로 정치에 갓 입문한 경우다. 이경우 조직/자본/경험이 모두 없어 상대적으로 시간적/심리적 여유가 있는 예비선거기간에도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선거를 먼저 치뤄 본 입장에서 이런 자질구레한 업무들의 체계를 잡는 것도 컨설팅 업무의 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조언 조차 귀담아 듣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다른 분야의 컨설팅처럼 결국 클라이언트를 설득하는 게 관건이자 가장 어려운 일인듯하다.


보통 정당의 공천을 받아 지역구 후보가 되는 경우는 조직/자금동원/실무역량을 정당의 지역위원회에 도움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후보가 전략공천을 받았거나 비례출신의 재선을 노리는 경우는 지역연고가 전혀 없이 정당조직과 불화를 겪거나, 또는 화학적 결합이 일어나지 않은 채 선거를 치뤄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설사 지역정당조직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후보와 후보를 직접 보좌하는 측근(거기다 파리떼처럼 꼬이는 조언가들) 그리고 후보와 배우자의 친인척들이 발벗고 나서면서 아수라장이 되는 경우가 생긴다. 이 경우 기획사는 중간에 새우등 터지는 것이고. 기회가 되면 내가 겪은 난장판을 한번 그릴 것이다. 


경험이 많은 후보는 이미 스탭들이 잘 구성되어 주변의 이런저런 도움을 적당히 잘 관리한다. 이런 경우 컨설팅보다는 그야말로 이벤트/홍보 회사를 섭외해 직접 수행하기 골치 아픈 부문을 떼어준다. 아니면 꼭 필요한 것만 외부에 맡기는 것이다. 후보 메이크업, 촬영, 선거 벽보, 공보물 인쇄, 문자나 ARS 발송 시스템, 유세차/현수막/운동원 부착물품 등이 있다.


어쨌든 컨설팅 업체에게 선거시장은 한철 장사인데, 양극화되어 있는 곳이며 불안정하다. 언제/어디서/누가 선거에 뛰어들 지에 관한 정보가 그들 사이에서만 돌고 있기 때문에 정치권, 언론사에 소위 빨대라도 꽂고 있어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계약이 성사된 후보도 언제 레이스를 포기할 지 아무도 모른다. 공천을 못받거나 다른 후보와 단일화를 한다거나 여러변수가 선거 컨설팅 회사의 목을 조른다. 게다가 선거 종료 15일 후에 선관위에서 비용처리해주기 때문에 거래가 외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뭐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겠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우리 후보는 어떤 경로로 공천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어디가서 자랑할만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가까이 지켜본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물론 내 짧은 견해일수도... 앞으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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