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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폴라니, [전 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 外], 책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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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drina 2014. 1. 29.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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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칼 폴라니, [전 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를 읽었다. 


이 책은 역자(홍기빈)가 폴라니의 글들 중 그의 사상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엮어 낸 책이기 때문에 역자의 의도를 알지 못하면 읽기가 쉽지 않은 글이 많다. 게다가 어떤 장은 아예 메모형식의 글로 되어 있어 초심자들은 더 이해하기가 어렵게 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이 분야에 생소한 독자들과 모임을 가지면서 첫 책으로 삼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그래도 능동적으로 참여한 분들은 그의 사상이 다방면에 걸쳐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역사적 통찰에 기반한 경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폴라니의 유명한 [거대한 전환]을 읽고 싶어하는 욕심까지 내 비쳤다. 


사실 폴라니를 처음 접하고, 비판적 비주류 경제학에 밝지 않은 독자에겐 1장과 2장의 내용이면 충분한 것 같다. '낡은 것이 된 우리의 시장적 사고방식', '거대한 전환 중 2장 발췌' 부분 외 나머지는 마르크스주의와 폴라니의 관계, 볼셰비키가 추구한 사회주의와 폴라니가 추구한 사회주의의 차이점, 당대 세계 정치와 경제에 어떤 진단을 내리고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따라서 폴라니를 조금 알고 나서, 그리고 마르크스주의와 사회주의 운동에 대한 관심 이후에나 볼 만한 것들이라 여겨진다. 


독서회에서 주로 이야기 나온 부분도 1, 2장에 관한 것들이었다. 시장적 인간이라는 이념이 사회 속의 인간 본연의 모습과 얼마나 다른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이 비판은 폴라니의 핵심이기도 하고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다른 사상들도 마찬가지지만, 사실 지금에 와서는 시장적 인간이라는 것이 너무나 보편적이라 자본주의 이전의 삶이라는 것이 잘 잡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이해하기론 어떤 사람이 노동하는 이유가 굶어 죽지 않기 위해서(화폐를 획득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가정은 사회 속에서 노동하는 인간의 다면적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즉 공동체 유대가 강한 곳에서는 굶어 죽을 걱정이 아니라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인정을 받기 위해 노동하는 것일 수도 있고, 노동이 주는 성취감 때문일 수도 있는 것이다. 


폴라니는 인류학의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경제 과정이 사회 속에 '묻어들어가 있는' 상태를 (시장에서의) 교환 뿐만 아니라 호혜와 재분배도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시장에서 교환이 사회에서 뿌리 뽑혀 다른 모든 과정을 지배해 버리는 것이 바로 현대의 시장 경제라고 한다면 그에 대한 반발 또한 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를 '이중운동'이라고 부른다. 곧 시장 경제가 해체하는 사회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는데 그것이 파시즘과 볼셰비즘 그리고 복지국가의 추구라 진단한다. 


여기서 시장 경제에 비판적이지만 제도화된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폴라니의 입장을 알 수 있는데, 근대 사회에서 자유주의가 가져온 성과도 분명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제도화된 인간의 자유마저 사회의 자기보호 운동에 의해 쓸려간 것이 바로 파시즘과 볼셰비즘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산업 문명 자체의 위기를 단편적으로 암시한다. 


이번 독서회에서 부족한 부분은 아무래도 폴라니의 마르크스주의 비판과 그의 독특한 사회주의 사상에 대한 것일 것이다. 이는 수록된 텍스트 자체가 단편적인데다가 마르크스주의를 접한 독자들이 아니기 때문이기에 벌어진 일이다. 그래도 폴라니가 추구한 사회주의의 이상은 다른 (독서회)자리에서 다시 나올 부분일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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