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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2010(개정판), 후마니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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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drina 2014. 6. 2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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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가지고 이야기하다. 


이번 모임을 위해 10년만에 이 책을 다시 읽은 셈인데, 이제는 하나의 교과서처럼 이론적, 역사적 배경을 좀 더 체계적으로 서술한 느낌이다. 당시의 이 책은 노무현 정부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며 민주화 이후에 들어선 개혁정부가 오히려 민주주의를 더 후퇴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주장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었다. 이른바 보수세력의 역사적 기원과 정당체계의 협애한 이념 대표성의 운동장에서, 실력도 능력도 없는 세력들이 권력을 획득하고도 제대로 된 개혁을 추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개정판에서는 좀 더 차분한 전망을 주문한다. 민주화란 이전까지의 민주화운동 진영의 강한 열망과 급진적 주장에도 불구하고, 일정 정도 보수화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동일하다. 그런 보수적 귀결에도 불구하고 운동의 열정이 정치사회를 통해 제도화되고 의제화되어야 한다. 그런 작업을 위해서는 개혁적 정당과 정부는 가난한 사람의 이익을 모으는 정치적 수단을 보유해야 한다. (1판에서는 정치의 효율성(전문성)과 도덕성을 위해 그 정치적 수단을 포기해버린 당시 민주당을 강하게 질타하고 있었다.) 


지방선거가 끝난 시기에 이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했던 것은 바로 정당 중심의 민주주의 이론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을 듣고 싶어서였다. 지난 대선, 총선에서는 안철수의 국회의원수 축소 주장이 있었고,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정당 공천문제를 두고 말이 많았다. 지방선거에서의 정당공천 문제는 매번 불거지는 문제지만, 특히 이번선거에서 진보정당의 약화 속에서 풀뿌리 민주주의자들이 거대 정당과 대결하기 위해서는 선결되어야 하는 조건이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의 입장에서는 더욱 놓지 말아야할 끈과도 같은 것이 된다. 지역에서 대안 세력 없음의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고, 무엇보다 현역들이 장기적으로 자기 계파를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지렛대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도 한국 사회의 역사적, 이념적 조건들이 개혁파, 진보파들의 제도권 진입을 어렵게 하고 있고 잠깐 집권한 개혁세력에 대한 환멸이 정치 불신을 낳았다고 지적한다. 이 상황에서 지역의 풀뿌리 민주주의자들의 선택은 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진보정당을 선택하자니 오히려 무소속 지지도보다 낮은 효과를 낼 것 같은 분위기이고, 무소속 출마는 현재의 중앙정치에 예속된 제도적, 구조적 조건에서 이기는 전략이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정당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정당에 우리는 투표해야 하는가. 뭐 이런 물음들이 해소되었으면하고 바랬다. 





이야기를 할수록 민주주의에 대한 (삶의 태도로서) 이념적, 윤리적 이해가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의사결정 과정의 민주성, 작게는 다수결의 원리, 소통, 참여라는 키워드로 정리될 만한 이야기들. 정치학 이론서이기 때문에 그런 윤리적 문제보다는제도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다룰 수밖에 없다지만 책을 좀 더 깊게, (양적으로는) 중반 이후 부분까지 이어나갔다면 독자들도 저자의 주장이 생활양식으로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다. 저자의 주장은 정당체계의 민주주의, 즉 정당 간 경쟁의 결과로 시민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민주주의에 집중한다. 현대 민주주의 체계는 대중(시민일반)과 직업 정치인이 구분되는 시대이고, 하나의 정당 혹은 정치적 결사체 내부의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이 (정당 간 경쟁의) 결과로 나타나는 민주성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시민의식이 정당 내부로 적극적으로 투입되더라도 그 정당이 제도 내에서 경쟁에 이기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는 문제다. 거꾸로 정당이 시민의 개별적 이익을 모아 집합적 이익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나 상향식 공천과 같은 한 정당 내부의 민주성을 높이는 수단이 아니라 개혁의제를 선정하고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실력있는 정당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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